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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특별기고] 매독환주(買櫝還珠)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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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학박사 김영호 작성일19-09-30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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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학박사 김영호'한비자'의 '외저설좌상(外儲說左上)' 편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는 나온다. '초나라 상인이 진주를 팔기 위해 정나라에 갔다. 상품에 주목할 수 있도록 목란(木蘭)으로 상자를 만들어서 그 속에 진주를 넣고 좋은 향기가 풍기도록 계수나무와 초(椒)로 향기를 냈다. 상자 겉에 주옥과 붉은 보석으로 장식을 하고 비취 깃도 달았다. 견물생심이란 말처럼 사고 싶은 구매욕을 자극할 수 있도록 아름답게 꾸몄던 것이다. 그 상품을 바라본 정나라 사람들은 아름답다고 감탄은 하였으나, 상자만 사고 진주는 돌려주고 말았다. 진주를 팔려고 간 것인데 정나라 사람들은 화려하게 장식된 상자에만 눈이 팔려 상자 안의 보석 진주에는 관심이 없었던 것이다.' 

  이 이야기는 '매독환주'라는 고사의 유래이다. '구슬을 포장하기 위해 만든 나무상자를 사고, 그 속의 구슬은 돌려준다'는 뜻으로, 아름답게 꾸민 외관에 현혹되어 정말 중요한 것을 잃어버린다는 의미의 말로 쓰인다. 화려하게 꾸민 겉치장에 빠져 중요한 것을 놓쳐 버리는 어리석은 행태를 비꼬는 말이다.

  한비는 당시 군주의 정치행태에 대해 이런 이야기로 나라를 잘못 다스리고 있다고 비판했던 것이다. 혜안을 가지고 정말 중요한 것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면서 옳지 못한 학자들과 정치인들이 전하는 화려한 말에 현혹되어 정작 중요한 것들을 놓치고 있다는 것을 군주에게 말해준 것이다.

  초나라 왕이 전구(田鳩)에게 그의 스승인 묵자에 대해 물었다. "묵자는 학문을 연마하여 훌륭한 학자로 세상에 널리 알려진 명사인데, 내가 보기에는 품행은 단정하나 언설을 하는 것을 들어 보면 장황하고 능변이 아닌 것 같은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하니, 전구가 대답했다.

  "옛날 진(秦)나라 군주가 그 딸을 진(晋)나라 공자에게 시집보냈습니다. 그 때 시녀 70명에게 찬란한 장식과 수놓은 옷을 입혀서 딸려 보냈다고 합니다. 그런데 신랑인 공자는 유감스럽게도 아름다운 옷을 입은 시녀들만 사랑하고 진나라 군주의 딸을 박대했다는 것입니다."

  시집을 보내려면 자신의 딸이 공자에게 잘 보일 수 있도록 치장을 해주고 시녀들은 적당하게 장식한 옷 입혀 보내도 좋을 듯한데, 시녀들에게 비단 옷을 입하고 치장을 하였으니 공자는 진나라 군주의 딸이 지닌 내면의 값진 덕성을 알아보지 못하고 시녀의 아름다운 외관에 현혹되어 마음을 빼앗기고 만 것이다.

  전구는 한비의 이 예화를 통해 묵자의 말솜씨가 훌륭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그의 주장까지 변변치 않다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말하고 있다. 겉으로 들어난 모습에 빠져 정작 중요한 것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의미를 담아 진나라 군주를 깨우치게 한 것이다.

  송나라 아열(兒說)은 변론에 뛰어났다. 그는 탁월한 말솜씨로 '백마는 말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며 제나라 직하(稷下)에 모인 변론가들을 설득시켰다. 어느 날 아열이 백마를 타고 국경 관문을 지날 때 문지기가 마세(馬稅)를 요구하였다. 그래서 아열은 유창한 언어로 마세를 내지 않으려고 변명을 하였으나 법을 지키며 근무하는 문지기를 설득할 수 없어서 결국 돈을 내지 않을 수 없었다. 허황된 말로는 학자들을 이길 수 있었지만 법규를 지키며 사실에 근거하여 논하는 한 사람의 문지기는 속일 수 없었던 것이다.

  한비는 당시 시대의 혼란을 틈타 그럴듯한 말로 군주를 현혹하는 학자와 신하들을 비판했다. 군주도 그런 신하의 속마음을 꿰뚫어 보면서 무엇이 진실인지를 바르게 판단할 수 있는 안목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요즈음 시국이 혼란하다. 나라를 걱정하는 인사들의 열변이 TV화면에서 다양하게 비쳐지고 있다. 저마다 논리 정연한 주장을 하고 있지만 그 말을 전달받은 청자는 누구의 주장이 참인지를 분간하기 어렵다. 다만 아무리 능숙한 달변이라도 사실을 호도할 수 없다는 매독환주의 교훈과 제나라 문지기의 준법 복무태도가 옳다는 것을 느껴볼 뿐이다.
교육학박사 김영호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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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출처 : 경북신문 (www.kbsm.net)